‘차근차근 상영전’ 호응 속 성료
‘생츄어리’ 왕민철 감독 등 대화도
관객대화도 수어통역…배리어프리
▲ 최근 춘천시립도서관에서 열린 ‘차근차근 상영전’에서 다큐 ‘생츄어리’ 상영 후 왕민철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오른쪽은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시네토크 모습.환경생태와 연대, 도시공동체 등의 가치를 영화로 조명하는 상영회가 춘천에서 열려 지역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최근 춘천시립도서관에서 ‘차근차근 상영전’을 열어 영화6편을 무료상영했다.
왕민철 감독의 ‘생츄어리’ 상영 후 관객들은 전시동물을 중심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생츄어리’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청주동물원 등을 배경으로 보금자리를 빼앗긴 야생동물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왕민철 감독은 “동물원이 생츄어리로 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 첫 발판을 우리나라에서 마련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관객은 “소양강댐 주변 생태계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달 등 강원 동식물에도 관심 가져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왕 감독은 화천의 곰 임시보호시설을 소재로 차기작을 준비중이라는 소식도 전해 지역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켄 로치의 은퇴작 ‘나의 올드 오크’ 상영도 호응이 높았다. 영국 산업화를 이끌었으나 쇠락한 1980년대 북동부 탄광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의 전작에 비해 희망적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상영 후 대화에서는 마가릿 대처 수상의 신자유주의가 팽배했던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감독의 특성 등이 설명됐다.
김형석 춘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용기·저항·연대의 세 단어는 감독의 66년 영화 인생을 축약한다”고 했다. 이어 “탄광지역 주민들이 과거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난민들을 배척하는 갈등 상황은 공동체의 파괴를 보여준다”며 “공동체 회복은 시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생도 동반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노동자와 여성등 약자에 의해 회복이 시작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했다. 한 관객은 “제 일상이 편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반성이 된다”는 감상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상영 뿐 아니라 감독 등과의 대화 현장에도 수어통역사가 무대에 올라 실시간 수어통역을 하는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밖에도 박재범 감독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정다운의 감독 ‘땅에 쓰는 시’, 조은성 감독의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임기웅 감독의 ‘문명의 끝에서’를 상영했다.
춘천영화제, 도인권센터가 함께 한 가운데 올해부터 신사우동징검다리협의체가 합류해 지난 달 ‘오글리스 웰컴 투 냄새 마을’, ‘남매의 여름밤’을 상영하는 등 사전행사도 가졌다.
김여진 beatle@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