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토요일. 아침부터 흐린 하늘에선 가을비가 내렸다. 점심때가 지나도록 젖은 날씨 속에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우산과 우비로 북적거렸다. 오후 2시가 될 무렵 시작을 알리듯 빗줄기가 멈추고 말간 하늘이 열렸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강원대 미래광장에는 자전거를 줄 세운 옆으로 왁자지껄한 자전거 타기 행사가 막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이 맘껏 타지 못해 보관만 하던 자전거를 처분하고 싶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들이 장애인과 함께 타는 자전거 행진을 제안해 여러 기관과 단체가 함께 모였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크리티컬매스 춘천’을 진행하며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앞서 온 ‘두바퀴로가는세상 사회적협동조합’이 준비에 힘을 보태고, 강원대 지속가능혁신센터가 팔을 걷어붙였다.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강원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강원특별자치도인권센터·늘해랑보호작업장·마주봄느린학습자부모커뮤니티·나비소셜컴퍼니·춘천자전거연맹과 강원도청장애인후원모임인 ‘장생모’ 등 다양한 단위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자를 모집했다.
누구나 안전하게 자전거를 생활 속에서 이용하게 하자는 취지 안에는 장애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장애인이 혼자서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자전거 이용 경험을 갖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터였다. 이번 행사에는 발달장애인 청소년과 성인을 비롯해 경계선지능인 부모 모임 가족도 함께였다. 자전거를 잘 타는 전문가들이 한 명씩 옆에서 동행하며 짝꿍이 되었다. 두 바퀴의 탈 것에 몸을 실은 참가자들은 장애의 유무를 넘어 ‘자전거 퍼레이드’라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웃이 된 셈이다.
이날 진행코스는 강원대 미래광장에서 출발해 법원-남춘천역-남부사거리-약사천수변공원-팔호광장을 거쳐 다시 미래광장에서 마무리되었다. 경찰의 에스코트와 함께 달렸던 참가자 전원은 무사히 완주를 마쳤다. 각양각색의 자전거와 유아부터 장년까지 세대를 아우른 다양한 조합이 하나의 흐름으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고스란히 또 하나의 어울림으로 남았다.
행진이 끝나고 뒤풀이 무대가 이어졌다. 장기자랑 순서로 신나는 음악에 맞춘 아이와 청소년들의 댄스가 흥을 돋웠다. 이번 자전거 함께 타기는 반나절의 행사였지만 준비과정에서 수고가 많았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마음과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함께 공감하고 겪을 것인지의 관점에서 보면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몫을 더 다양한 사람들이 나누고 힘을 보태 함께 성취한다는 목표로 나아간다면 모두에게 의미를 더할 것은 분명하다.
춘천에서 60번째 ‘크리티컬매스’를 함께한 사람들은 이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또 자전거로 함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응원하던 발달장애청소년들의 부러움은 자전거 배우기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안전한 사람들 속에서 달릴 수 있었던 발달장애청소년이 만난 경험은 어떻게 지역과 사람을 떠올리게 할까 궁금해졌다.
발달장애 청소년 대표로 참가했던 한 학생은 비가 온 후라 넘어질까 걱정된다고 했지만, 막상 도착한 후엔 같이 달려준 사람이 너무 잘 챙겨주어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만난 사이에 따뜻하게 손도 잡아주고 감사 인사도 나누며 헤어질 때까지 서로 두 팔 높이 흔들며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했다.
김윤정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