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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일 년 동안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무려 33억 개.
한 사람이 매년 예순다섯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고 버립니다.
[정은택/전주시 중화산동 :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고 환경에 부담되는 것도 알고 있는데, 텀블러 들고 다니는 게 습관도 안 돼 있고 익숙하지가 않아서 좀 힘든 것 같아요."]
환경부는 오는 2027년까지 일회용 컵과 빨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하고, 그 시작으로 6월부터 일회용 컵을 쓸 경우 3백 원의 보증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정책들이 필요할 텐데요,
전주 객리단길과 웨딩거리 일부 카페에서는 2019년부터 일회용 컵 대안으로 '턴블러'라 이름 붙여진 공유컵을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음료를 카페 밖으로 가지고 나갈 때 '턴블러'라 불리는 컵을 제공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카페 아무 곳에나 반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제로 플라스틱 운동'을 실천하는 겁니다.
객리단길에서 일을 하는 국이숙 씨는 매일 턴블러에 커피를 마십니다.
["안녕하세요. 턴블러 커피 하나 주세요."]
개인 컵을 챙기지 못하는 날엔 불편한 마음으로 일회용 컵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턴블러를 쓰면서 마음까지 편해졌습니다.
[국이숙/전주시 인후동 : "사장님께서 권유를 해주셨는데 '나도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구나' 해서 기쁜 마음에 하고…. 아무데나 이 마크가 있는데 가서 반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편리해서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턴블러는 일회용플스틱 컵을 줄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전라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턴블러 사용으로 약 6만 개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2020년엔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성중/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부장 : "가장 많이 바뀐 거는 인식 전환인 것 같아요. 환경에 내가 도움을 주고 있구나, 그리고 우리가 바뀜으로써 고객층도 이런 생각이 전환될 수 있구나…. 이런 점들을 크게 느끼신 것 같고요."]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걱정스럽습니다.
4년 차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참여 카페가 크게 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김희정/‘ㄹ'카페 사장 : "4년, 5년 차가 됐기 때문에 아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도 아직까지는 많이 모르시거든요. 저희가 거의 사장이나 직원들이 권유하는 식으로 설명을 드리고…."]
객리단길과 웨딩거리에서만 운영하고 있어서 턴블러를 들고 멀리 이동할 수 없다는 단점도 지적됩니다.
[정유라/전주시 덕진동 : "턴블러 제도 자체는 좋지만, 객사 내의 일부 가게에서만 시행되는 게 조금 사람들이 반납하고 이용하는 데 불편할 것 같아서, 이 턴블러 제도를 전주 전체에서 시행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 제도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업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해 6월, 전북대 인근 열다섯 개 카페들도 공유컵 사용에 참여했습니다.
[강봉호/‘ㄷ’카페 사장 : "저희 가게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한 3분의 2 정도까지 줄일 수가 있었고요. 파손위험도 없고 견고해서 사용할 때 매우 편했고 손님들도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데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돌연 사업이 끝나버렸고 지난달엔 카페마다 지원됐던 공유컵과 수거함까지 모두 회수해 갔습니다.
[강봉호/‘ㄷ’카페 사장 : "너무 빨리 끝나서 좀 아쉬운 부분이 많죠. 앞으로도 시나 도에서 어떤 좋은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면 지속적으로 추진을 해서 플라스틱을 줄이는데 있어서 저희 또한 일조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을 추진한 전주시는 애초부터 일 년으로 계획된 시범사업이었다는 입장.
컵을 세척하는 인력과 장소 문제 등으로 계속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도내 일부 시군에서 공유컵 제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익산시와 남원시는 올해 턴블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홍대승/전라북도 환경보전과 담당자 : "올해는 원광대학교 거리와 남원시청 문화관광거리로 확대 시행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도내 전역으로 일회용품 없는 거리 확대와 도민 실천운동으로 확장시켜 갈 계획입니다."]
2027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제로,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공유컵 제도의 확장은 물론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찾기 위해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