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가 목이 말랐던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정수기가 있는 건물이라면 목을 축일 수 있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사 먹게 된다.
이 편리한 선택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이 플라스틱병 하나가 썩는 데에는 500년이 걸린다.
망설이는 당신에게, 쓰레기도 줄이고 이웃 간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소개한다.
춘천 곳곳에서 물을 마실 수 있는 춘천만의 옹달샘이 생겼다. ‘옹달샘’은 춘천의 물 인심을 나누는 캠페인으로, 개인 컵을 들고 옹달샘 스티커가 붙여진 업소에 들어가면 무료로 물 한 잔을 받을 수 있다. 올해 8월 시작한 옹달샘 캠페인은 식당과 카페뿐 아니라 옷 가게, 공인중개사 사무소, 새마을금고 등 다양한 업종의 업소가 참여하고 있다.
옹달샘의 시작은 지난해 여름, 한마음로터리클럽에서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무료로 얼음물을 나눠주는 사건(?)에서 시작됐다. 목마른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은 이후 춘천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 됐고, 춘천시 자원순환실천협의회*에서 이 주제로 논의를 이어 나갔다. 춘천의 물 인심을 이어가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찾다가 옹달샘 캠페인을 추진하게 된 것. 여기에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 강원지부까지 세 단체가 머리를 맞대면서 캠페인으로 추진하게 됐다.
* 춘천시 자원순환실천협의회 :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위원으로 구성. 지속가능한 자원 순환 정책을 발굴하고 실천 운동을 하는 시민 참여 협의회. 환경 활동을 실천하는 시민, 폐기물 업체 종사자, 환경사업소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물 인심을 내어주는 사람과 옹달샘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캠페인을 이어갈 수 있는 노릇이었다. 세 단체는 얼마나 많은 협의처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이들에게 일일이 캠페인을 설명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여기에 힘을 실어준 두 단체가 있는데 바로 춘천커피협회와 르네상스 로터리클럽이다. 회원 수가 많은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니, 옹달샘은 힘을 받아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두 단체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섭외했고, 올해 8월 시작한 옹달샘 캠페인은 한 달여 만에 30개가 넘는 업소에서 동참 의사를 밝혔다. 가입 경로는 다양하다. 활동가들이 길을 걷다가 섭외하기도 하고, 9월호 봄내 소식지의 모집글을 보고 신청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옹달샘 소개를 듣고 전화를 주기도 했다고.
옹달샘 캠페인의 참여율이 높을수록 플라스틱 쓰레기는 줄어들고, 이는 결국 대기·토양·수질 오염의 속도도 늦춘다.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물 인심 있는 춘천으로 조금씩 물들어 갈 것이다. 미세먼지대책을 촉구합니다 강원지부의 유소은 대표는 “지난해 모임에서 툭 던졌던 이야기가 올해 바로 추진하게 된 게 우리도 신기하다. 금방 일을 만들고 진행했지만, 지속적으로 만드는 게 숙제다. 그래서 민간단체에서 시작했지만, 공공영역에서 확산해 주면 지속성이 담보될 것”이라며 옹달샘의 홍보를 당부했다. 이제 춘천에서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목이 마르면, 옹달샘 스티커가 붙여진 업소를 찾아보자. “옹달샘 이용하러 왔어요”라고 말하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셔 보는 건 어떨까.
글_한혜진 / 사진_이경하 시민기자